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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세계정복기 02호] 세계여행을 결심하다.

2004년 12월 4일.

 

군대에서 어영부영 하다보니 2년 뚝딱 흘러보내고 벌써 20대 초반은 지나가 버린건가 싶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20대의 젊음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과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맞물려, 뭔가 변화의 계기를 찾기 시작했다.

원채 변화에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나는 그 계기로 여행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국내여행을 생각했다.

 

제주도 일주..?

제주도 일주 하느니 이왕 하는거 가까운 외국에 한번 나가보자, 그럼 일본이나 중국을 알아봐야겠군.

음.. 일본이나 중국여행도 돈이 꽤 드는구나.. 그래, 그럼 그 돈에 조금 더 보태서 이왕 외국으로 나가는거 유럽이나 한번 가 볼까.

음.... 유럽까지 가는데 까짓꺼 세계일주나 한번 해보지뭐.

 

이런 식으로 제주도에서 시작한 생각은 어느새 세계일주의 거대한 꿈으로 커져있었다.

 

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겠다 싶었다.

그날 밤 나와 엄마는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 : 엄마, 제대하고 나서 여행이나 한번 다녀올께요.

엄마 : 그래, 어딜 갈 생각인데?

나 : 세계일주 한번 가보려구요.

엄마 : 그래, 그거 좋은생각이네. 한번 잘 해봐라.

 

우리 엄마는 이런 분이시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 수도 있을 것이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수 많은 문제가 뒤따르겠지만 엄마는 흔쾌히 허락을 주셨다. 저런 얘기를 쉽게 꺼내는 나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어머니가 우리 엄마 같을까 싶다.

아부지는 쉽게 가라마라 하시진 않으셨지만, 크게 다르지 않으셨다. 나중에 말씀하신거지만, 아부지는 내가 "혼자가겠다"라고 말하는걸 듣고는 보내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아, 이눔이 그냥 놀러가는게 아니구나 싶으셨던건지..

그때 나는 부모님이 반대하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당연히 허락받을 줄 알았다.

그리고 부모님은 허락해주셨다. 나는 정말 대단한 부모님을 만났다.

 

이렇든 세계일주를 마음먹은날, 반허락까지 받게 되었다.

 

어디 한군데 뚜렷이 내세울만큼 여행을 다녀본 적도 없고, 우리나라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본 적도 없다. 하지만 세계가 넓어야 얼마나 넓겠냐는 생각과 하면되지 못할게 뭐가 있냐는 생각.

 

나는 그렇게 세계일주를 결심했다.

 

 

Mar 6th, 2005. 집에서 씀.

 

 


 

 

돌이켜보면 참 쉽게 결정하고, 쉽게 진행했던 것 같다.

아들의 철없는 마음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시는 그런 부모님을 만난 나는 참 운이 좋았구나 싶다.

글을 옮기며 다시한번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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